. 지하주차장 청소 노동자 폐암, 산재 인정 사례
김현호 / 2012.05.23 / 공개글
지하주차장 청소 노동자 폐암, 산재 인정 사례
(서울행정법원 2011구합8642 판결 사건의 개요)
망인은 주상복합아파트인 벽산그랜드코아(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에 고용되어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하던중 2009. 4. 13. 비소세포(非小細胞) 폐암의 일종인 선암(腺癌)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이하 피고)에게 요양 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불승인되었다. 망인은 재심사청구 심사기간 중인 2010. 8. 19. 선행사인 폐암, 중간선행사인 패혈증, 직접사인 심정지로 사망하자 2010. 9. 30. 망인의 재심사청구를 각하하였다. 그 후 망인의 남편인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0. 12. 24. 원고에게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망인의 경력, 업무내용 및 근무환경)
가) 망인은 2002년에 이 사건 건물의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동아용역에 입사하여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하였고, 2006. 1. 1.부터는 이 사건 건물의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고용되어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하였다.
나) 이 사건 건물은 지하 5층, 지상 20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하 5층부터 지하 2층까지는 주차장이고,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는 상가이며, 지상 6층부터 지상 20층까지는 아파트(약 90세대)이다.
다) 망인은 동아용역 소속 청소원으로 근무한 2002년경부터 2005년경까지는 다른 청소원 6명과 함께 이 사건 건물을 청소하였고, 이 사건 사업장에 고용된 2006. 1. 1.부터는 혼자 이 사건 건물의 아파트 부분을 청소하였는데, 망인이 담당한 업무는 지상 6층부터 지상 20층까지의 아파트 공용부분 청소, 지하 5층 주차장(아파트 입주자용 주차공간임) 바닥 청소, 외부 마당 청소, 지하 3층 주차장 내 창고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 등으로 2002년경부터 동일하였다(2006. 1. 1.부터 이 사건 건물의 나머지 부분은 전문용역업체가 청소함).
라) 망인은 평일에는 8시간에서 9시간 남짓, 토요일에는 4시간 30분을 근무하였다.
마) 망인은 보통 출근하여 지상에서 아파트 공용부분 등에 대한 청소업무를 수행한 후 지하 3층 주차장 내 창고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매일 약 90세대에서 배출되는 병, 종이, 박스, 플라스틱 등을 분리하여 포대에 담는 작업), 지하 5층 주차장 바닥청소(일주일에 2회 빗자루와 밀대로 청소)를 하였다. 망인은 그 사이에 주로 지하 주차장 내에 있는 휴게실에서 점심을 먹은 후 휴식을 취하였고(점심시간은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청소하는 중간 중간 30분 정도씩(총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였는데 주로 위 휴게실을 이용하였다.
바) 지하 3층 주차장 내에 있는 휴게실(동아용역 소속 청소원들을 위한 휴게실)에는 환풍기는 있으나 창문이 없었고, 지하 2층부터 지하 4층까지가 상가용 주차장이어서 수시로 드나드는 자동차들의 매연이 휴게실 문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이기도 하였다. 지하 4층 주차장 내(정확하게는 지하 4층 주차장과 지하 5층 주차장 사이에 위치함)에 있는 휴게실(이 사건 건물의 아파트 부분 청소원인 망인을 위한 휴게실로 누울수 있는 공간이 있고 텔레비전, 선풍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비치되어 있다. 이하
‘이 사건 휴게실’이라 한다)에는 환풍기와 창문이 있는데, 환풍기는 2008년경 고장이나 작동되지 않았고 창문 틈으로 자동차 매연이 들어와(창문 바로 앞에 자동차 주차구역이 맞닿아 있음) 망인은 이 사건 휴게실을 사용하게 된 2006년경 창문 틈 사이에 셀로판테이프를 붙인 후 창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 이 사건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는 외부로 통하는 창문이 없고, 환풍기(대형 설비임)가 설치되어 있으나 전이 많이 소모되어 1일 24시간 중 6시간 정도만 가동되었다.
아) 망인이 지하 3층 주차장 내 창고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을 하거나 지하 5층 주차장 바닥 청소를 하는 동안 망인에게 방진마스크 등 보호장비가 지급되지는 않았다.
(이 사건 휴게실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결과 등)
가) 원진직업병관리재단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09. 9. 3.부터 2009. 9. 5.까지 실시한 이 사건 휴게실 내부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휴게실내부에서 측정된 디젤배출물질의 수치(0.0089mg/㎥)는 외부 대기에서 측정된 디젤배출물질의 수치보다 3배 정도 높고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의 권고기준(0.02mg/㎥ 이하)의 약 1/2 수준이었으며, 라돈의 수치(3.4pCi/L)는 평균적인 실내 라돈수치보다 3배 정도 높고 환경부 권고기준(4pCi/L 이하)의 약 85% 수준이었다. 한편, 위 측정 당시 이 사건 건물의 지하 주차장 내에는 환풍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나) 디젤배출물질의 성분 및 위험성
◦ 디젤배출물질은 연료나 윤활유의 연소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포름알데이드, 아크로레인, 벤젠, 1, -부타디엔, 다양한 알데히드류, 다핵방향족탄화수소류 등이 포함되어 있다.
◦ 국제 암연구소(IARC0, 미국 국립독물프로그램(NTP), 미국 환경청 등은 디젤배출물질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 디젤배출물질에 대한 국내 노출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은 가능한 (NOISH) ‘ 가장 낮은 농도’를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고,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는 디젤배출물질을 규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 기준을 0.02mg/㎥으로 정하여 노출기준 후보물질로 등록한 바 있다.
다) 라돈의 성분 및 위험성
◦ 라돈은 방사성원소로서 색깔과 냄새가 없으며 라듐의 붕괴로 생성되는 무거운 방사성 가스이다. 라돈은 반감기를 가지고 붕괴하여 폴로늄으로부터 납에 이르는 붕괴를 지속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방사성 핵종들을 딸핵종이라고 하고, 이 라돈 딸핵종은 먼지 형태로 공기 중에 떠돌거나 어떤 물체의 표면에 흡착하여 존재한다. 공기 중에 떠도는 라돈 딸핵종 혹은 라돈 가스를 흡입하면 폐에 흡착되어 연속적으로 붕괴되고 이때 방출되는 알파 방사선 피폭으로 인하여 폐암을 유발하게 된다. 라돈은 지구
어느 곳이나 존재 가능하나 특히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하여 환기가 불량한 밀폐 공간일수록 공기 중 라돈 농도가 증가한다.
◦ 국제 암연구소, 미국 국립독물프로그램은 라돈을 확실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미국 환경청은 라돈을 흡연 다음 순위로 폐암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의학적 소견)
가) 주치의
망인은 발작적인 기침과 객혈의 증세를 보였고, 좌폐 하엽에 약 3.3cm × 2cm정도의 난원형 종괴와 양측 종격동 림프절 증대의 소견을 보였다. 망인은 폐암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동차 매연, 라돈, 석면(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등에 장기간 노출되었는바, 망인의 근무환경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나) 피고 자문의
① 자문의 1
망인은 평소 작업 중 폐암 유발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으며, 디젤배출물질 및 라돈에 대한 노출수준이 낮고 망인에게만 특수하게 폐암이 유발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망인의 업무에 의하여 폐암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② 자문의 2
망인이 업무 수행 중 일부 장소에서 자동차 매연, 라돈, 석면 등의 위험요인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원진직업병관리재단 부설 노동환경연구소의 조사결과 디젤배출물질과 라돈에 대한 노출수준은 모두 기준 미만이었고, 망인의 폐암진단시점과 고형암의 기전을 고려 할 때, 망인의 폐암은 망인이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하기 전부터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망인의 폐암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③ 자문의 3
망인의 의무기록 작업환경 , 측정결과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망인은 디젤배출물질과 라돈에 대한 노출이 있었으나 직업적 노출기준이 설정되지 않았고, 외국의 관련기준 및 환경부의 권고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으며, 폐암이 발병하기까지 잠복기간도 10년 이상이므로, 망인의 업무와 폐암 발병 사이에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산업의학전문의)
◦ 폐암은 진행속도와 치료방법의 종류에 따라 단순하게 구분하면 소세포 암종과 비소세포 암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세포 암종은 진행이 빨라 대부분 항암 약물요법으로 치료하고, 비소세포 암종은 원격전이가 없는 상태라면 수술로 절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다.
◦ 폐암의 발병원인으로는 흡연이 대표적이고, 직업적 또는 환경적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뚜렷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폐암의 3~17%는 직업적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국제 암연구소의 분류에 따르면, 라돈은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group1)로, 디젤배출물질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group 2)로 분류되며, 특히 두 물질 모두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마다 처한 특수한 환경이 다르므로 폐암 발병에 이르게 되는 위 두 물질에 대한 노출량과 노출기간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
◦ 이 사건 휴게실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결과, 라돈의 수치는 환경부의 유해노출기준에 근접해 있고, 디젤배출물질은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의 유해노출기준의 50%에 근접하고 있다. 1회 측정한 결과가 위와 같다는 것은 통상적인 근무환경이었다면 환경부나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 (ACGIH)의 유해노출기준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통상 폐암과 같은 고형암의 잠복기는 10년을 기준으로 하나, 이는 평균적인 개념일 뿐 개인마다 실제 잠복기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이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한 기간이 10년에 못 미치기 때문에 망인의 폐암이 그 이전에 발병하였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 망인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환경이었고 발암물질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었다고 판단된다. 미국 환경청에서 발간한 실내 라돈 노출과 폐암과의 관련성에 대한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일반적인 실내 환경에서의 평균 라돈 노출은 1.25pCi/L로서 이 경우 폐암 발생 위험도는 0.7%인 반면에, 4pCi/L의 라돈에 평생 노출되는 경우 폐암발생 위험도는 2.3%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망인의 라돈 노출은 4pCi/L에 근접해 있으므로 이 정도의 라돈에 평생 노출되는 경우 일반적인 환경에 비하여 폐암발생 위험도가 약 세 배가량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망인이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한 기간이 7년 4개월이므로 위 폐암 발생 위험도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으나 망인의 작업환경이 폐암 발생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무리이다. 또한, 망인은 또 다른 발암 가능물질인 디젤배출물질에도 추가로 노출되었으므로 라돈과 디젤배출물질의 누적 노출에 따라 발암 가능성이 추가적으로 상승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판부의 판단)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약 7년 4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루에 수 시간 이상 지하 주차장 내에서 청소업무를 수행하거나 지하 3층 주차장 내 휴게실 또는 이 사건 휴게실에서 점심식사 및 휴식(망인의 업무 과정 및 이 사건 휴게실의 내부 구조 등에 비추어 망인은 청소업무를 수행하는 중간 중간에 약 30분씩 휴식을 취함에 있어 지정된 위 휴게실을 이용하는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을 취하는 등의 과정에서 폐암을 유발하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발암물질인 라돈과 디젤배출물질 등(자동차의 브레이크 라이닝에 함유된 석면도 발암물질이다)에 노출되어 기도의 자극을 계속해서 받아 온 점, ② 망인이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하기 전에는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폐암을 유발할 만한 물질에 노출되었거나 흡연력이나 폐암의 가족력이 있었다는 등의 사정도 없었는데 이 사건 건물의 청소원으로 근무하는 기간 중 폐암이 발병된 점 이 사건 , ③ 휴게실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결과, 디젤배출물질과 라돈의 수치가 유해물질노출기준에는 다소 미달하는 수준이나(한편,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디젤배출물질에 대하여 ‘가능한 가장 낮은 농도’를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약 7년 4개월간 근무하면서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건강상 장해를 초래할 수 있는 점, ④ 한편, 위 작업환경 측정은 망인이 생전에 앞서 본 요양 불승인에 대하여 불복하여 한 심사청구 과정에서 이루어졌고, 측정 당시 이 사건 건물의 지하 주차장 내에 있는 환풍기가 가동되고 있었으며, 단 1회 측정이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망인이 평소 근무하였을 때보다 낮은 수치로 측정되었을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개인마다 체질적 요인이나 업무환경이 상이하므로 폐암의 잠복기가 최소 10년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망인이 폐암에 이르게 된 의학적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폐암이 위 각
유해물질 외에 다른 원인들에 의하여 유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폐암은 작업중 노출된 위 유해물질들에 의하여 유발되었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된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